연준이 9월에 금리를 0.25%p 올렸다. 케빈 워시 의장 체제에서의 인상이다. 시장은 10월 FOMC(28~29일)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데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연준을 향해 “열린 자세를 가져라”고 압박한다. 10년차 투자자로서 이런 신경전을 여러 번 봤다. 오늘은 연준의 다음 수를 읽고, AI주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자.
9월 인상, 왜 했나
먼저 9월 인상의 배경을 보자. 연준이 든 이유는 명확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다는 거다. 워시 의장은 “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상승률이 여전히 3%를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8월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0.3%로 예상을 웃돈 것도 영향을 줬다. (2번 글에서 다룬 내용이다.)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현재 공급 충격이 과거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전쟁발 에너지 충격, 각국 정부의 재정 확대, AI발 자금 수요. 이 세 가지가 동시에 금리를 밀어 올리는 구조다.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가 잡혔다”고 선언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10년차의 시선으로 보면, 이번 인상은 ‘예방주사’에 가깝다. 물가가 다시 튀기 전에 미리 눌러두는 것. 연준은 항상 늦게 움직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움직인 셈이다. 시장의 반응이 “오를 것이 올랐다”였던 것도 그래서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라 충격이 없었다.
베센트 vs 연준: 생산성 논쟁
재밌는 건 베센트 재무장관의 발언이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전망과 금리 정책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열린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확산과 규제 완화로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개선될 가능성을 강조했다. “생산성 향상이 반드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이 개선되면 물가 상승 압력을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도 강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심지어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현재의 생산성 개선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재임 당시 인터넷 붐 시기와 비교해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1990년대 후반, 그린스펀은 인터넷발 생산성 향상을 보고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결과는 장기 호황이었다. 베센트는 “지금도 그럴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거다.
10년차가 보기에 이건 재무장관의 ‘립서비스’ 성격이 강하다. 행정부는 항상 저금리를 원한다. 국채 이자 부담이 줄고, 경기도 좋아지니까. 연준의 독립성을 흔드는 발언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게, ‘AI발 생산성 향상’이라는 논리 자체는 일리가 있다는 거다. 실제로 GDPNow는 미국 경제 성장률을 5% 수준으로 추정한다.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고성장인데 물가가 잡히면, 그건 생산성 향상의 증거다.
10월 동결 전망의 근거 3가지
시장이 10월 동결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고용 쇼크다. 9월 신규 고용이 2만 9천 개로 예상(8만 개)을 크게 밑돌았다. 실업률은 4.2%로 올랐다. 고용이 식는데 금리를 또 올리면 경기 침체를 자초할 수 있다. 연준도 이건 안다.
둘째, 장기금리가 이미 긴축 역할을 하고 있다. 10년물이 5.3%면, 기준금리를 안 올려도 시장금리가 알아서 긴축한다. 연준이 굳이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는 거다. “시장이 대신 긴축해주는” 상황이다.
셋째, 9월 인상의 효과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 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경제에 반영된다. 9월에 올렸으면 최소 한두 달은 지켜봐야 한다. 연속 인상은 연준 스타일이 아니다. 워시 의장도 “데이터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10월 5일 ISM 서비스 PMI, 중동 전쟁 추이, 유가다. 서비스 PMI가 뜨겁게 나오면 “고용은 식었는데 서비스는 뜨겁다”는 해석으로 인상론이 되살아날 수 있다. 유가가 90달러를 넘으면 인플레 우려가 다시 커진다. 동결이 유력하지만 확정은 아니다.
금리 경로별 AI주 시나리오
연준의 다음 수에 따라 AI주는 세 가지 길로 갈린다.
시나리오 1: 10월 동결 + 연내 동결 유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이 경우 AI주는 실적 장세로 간다. 3분기 실적 시즌(10월 중순~)이 주가를 결정한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의 실적이 관건이다. 실적이 좋으면 나스닥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간다.
시나리오 2: 10월 동결 + 연내 추가 인상 시사. 매파적 동결이다. “이번엔 쉬지만 다음엔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 이 경우 AI주는 박스권에 갇힌다. 실적이 좋아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주가를 누른다. 기다리는 장세가 된다.
시나리오 3: 깜짝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지만, 유가 급등이나 서비스 PMI 서프라이즈가 나오면 가능하다. 이 경우 AI주는 조정받는다. 특히 실적 없는 고PER AI주가 세게 맞는다. 현금흐름 있는 대형주로 피난처를 옮겨야 한다.
10년차의 베팅은 시나리오 1이다. 고용이 식었고, 장기금리가 긴축을 대신하고 있고, 연준도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시나리오 2에 대한 대비도 해둔다. 포트를 100% AI주로 채우지 않고, 현금 비중을 10~20% 유지하는 거다.
투자자 대응 전략
정리하면, 10월의 투자자 대응은 이렇다.
첫째, 10월 FOMC(28~29일) 전까지는 관망 비중을 높여라. 그 전에 나오는 ISM 서비스 PMI(10/5), CPI, 고용지표가 방향을 정한다. 지표 확인하고 움직여도 늦지 않다.
둘째, 실적 시즌에 집중해라. 금리가 주인공이던 시장에서 실적으로 주인공이 바뀌는 시기다. AI 대장주들의 가이던스가 주가 방향을 정한다. 실적 발표일은 미리 캘린더에 표시해둬라.
셋째, 베센트 발언에 일희일비하지 마라. 재무장관은 항상 비둘기파다. 연준의 독립성을 감안하면, 베센트 말 한마디에 연준이 움직이진 않는다. 참고만 해라.
연준의 다음 수는 결국 데이터가 정한다. 투자자가 할 일은 데이터를 읽고, 시나리오를 짜고, 현금을 들고 기다리는 거다. 10년 동안 이 원칙은 한 번도 배신한 적이 없다.
다음 글에서는 AI 섹터별 전망을 다뤄보자. 반도체, 메모리, 클라우드. 돈이 어디로 몰리는지, 그리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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